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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본당의 주인

조민환신부
2020-10-07
조회수 2078

이 본당의 주인은 누구인가?

사제는 5년 남짓 있다가 떠나시고, 신자들은 남아 있기에, 이곳의 주인은 신자들이라고 이야기 하시는 모습들을 종종 보아왔다. 이 자리에서 ‘맞다’ 혹은 ‘틀렸다’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 한 가지를 나눠볼까 한다.  


지금 우리가 기도하는 성전은 축성식을 했는가?

그렇다. 

가락동 본당 약사를 들여다보면 우리 본당의 축성식은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 1989년도에 오셔서 거행하셨다고 나온다. 

추기경님께서는 그 당시 가락동성당의 모든 신자들의 정성과 기도로써 봉헌된 이곳에서 첫미사를 집전하셨다. 그럼으로써 그 미사를 통해 새로 축성된 이곳은 성체성사가 거행되고 성체가 모셔진 거룩한 하느님의 집으로 만천하에 선포되어졌다. 40여년 가까이 된 시간이지만 현재의 가락동 본당 교우들 가운데에서도 그 날의 감격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이 아직도 많이 계실 것이라 본다. 


주례를 하신 추기경님께서는 이 성전에 성령께서 임하실 것을 청하시며, <성전 봉헌 기도>를 바치셨다.  그리고 추기경님의 그 기도에 가락동 성당의 모든 교우들은 정성을 다하여 마음을 합하였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추기경님과 본당의 사제들과 수녀님들 그리고 가락동본당의 교우들은 기도를 누구에게 바쳤고, 이 성전을 누구에게 봉헌하였는가?

 

그렇다.

우리는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고, 하느님 아버지께 이 성전을 봉헌을 했다. 

다시 한 번 더 질문을 해 보겠다. 


그렇다면 과연 이 성전의 주인은, 이 본당의 주인은 누구이신가? 답이 나오지 않는가?

하느님이시다. 

우리 모두는 입으로만이 아니라, 겸손하게 온 삶으로 이 성전의 주인이 하느님이심을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 신자 개개인은, 각 단체들은 그리고 본당 공동체는  흔들리지 않는  반석과 같은 굳건한 모습으로 성숙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자꾸 잊어버리는 듯 하다. 

때로는 사제들이, 또 몇몇의 신자들이 말이다.   

어떤 신부님은 본당에 오셔서 본당이 자기 소유인 마냥 행동과 말을 하기도 하고,  몇몇 소수의 신자들은 마치 자신들이 터줏대감인양 목자로 따라야 할 사제를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경우도 보이곤 한다. 

그러므로 목자로서 부임한 사제들은 임기를 다하는 시간 동안 청지기의 마음으로, 주인의 밭을 잘 가꾸고자 하는 소작인의 마음으로, 사제 직분을 충실하고 정성스럽게 수행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고, 신자들도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으로 사제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잘 꾸려나가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모두 명심했으면 좋겠다. 

이 본당의 주인의 자리에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계셔야 한다는 것을. 

 그렇지만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사제든 수도자든 신자들이든- 이곳이 아버지의 집임을 분명히 의식하면서도, 그분의 자녀임을 잊지 말고,  주인의식을 갖고 살아갈 필요가 있겠다. 공동체를 거룩하게 만드는 것도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이고, 활기찬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도 우리가 되어야 함을 잊지 말자. 


다시 한 번 더 마음 속 깊이 새겨보자. 

이 성전의 주인은 하느님이심을.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님을 위하여 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든지 죽든지 주님의 것입니다.”(로마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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