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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이 들려준 사랑 이야기

김진희l
2019-05-11
조회수 3594

그동안 꾸준히 이어오던 성전 대수선을 위한 기도가 중단되었다.

로비에 걸린 전광판도 성전 대수선을  위한 2차 헌금함도 사라졌다.

우리의 소망도 사라졌다.

 

요즈음 신부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이 든다.

신부님이 우리 성당에 오셔서 했던 강론과

때마다 조금씩 우리에게 나누어 준 사랑의 선물들을.

우리는 메르스가 기승을 부르던 해에 뜨겁게 양영성체를 했고 그 잔을 선물로 받았다.

성 목요일 발 씻는 예식때  전 신자들에게 손을 씻어주며 나누어 준 손수건

성금요일의 손가락 십자가,

어버이날과 크리스마스에 받은 브로치,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나무에 매달아 놓은 선물을 사려고 장난감 가게를 분주하게 다니던 기억.

우리에게 상제상서를 손 글씨로 쓰게 하고 책으로 묶어주셨고

기도하고 싶을 때 종을 두드려 보라 하시며 작은 종을 매달아 놀았다.

처음 우리 성당에 오신 크리스마스에 성당이 어둡다고 대성당을 온갖 별들로 수놓있던 전구들,

빈민사목 시절 구덩이에 갇혀 머리를 맞았을 때 그때 보았던 하늘의 별이야기.......

우리는 모두 넘치게 받았고 넘치게 느꼈다.

 

새벽 미사 때 성전 위의 창문을 열어놓으면 새소리가 들렸다. 빗소리도 들렸다.

그 아름답던 미사를 선물해주시던 신부님,

신부님은 그렇게 밝고 따뜻하고 햇살이 드는 성전을 만들어 주고 싶어했다.

어느 날 구역 미사에 입고 오신 양복이 찢어졌다고 어느 자매님이 말하자,

신부님이 웃으면서 하신 말, "꽤매면 돼지, 이거 30년 전 사제 서품 받을 때 입었던 양복이야."

그때 느꼈다. 원래 깔끔하셔서 옷을 잘 입으시는구나 했었는데 그건 새옷이 아니고 아껴 입으신 것이였구나.

 

신부님의 행복한 시간은 새벽에 사제관 창문을 열고 쇼파에 앉아

느리게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를 들을 때,

햇살을 받으며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를 들을 때라고 했다.

그 시간 내 마음 속에서도 그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사각사각"

마치 어린 시절 뒤뜰의 대나무 숲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그런 날 미사를 보고 나오면 내 가슴 속에는 소중한 무엇들이 일렁이는 것 같았다.

아, 하느님은 오늘 이 순간에도 나를 돌보고 계시는 구나........

 

그렇게 신부님은 4년 반 동안 성전 대수선 준비작업을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셨다.

공동체가 화합과 일치를 이룰 때 하느님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당신의 집을 지어 주신다고 말하시며.

그리고 성전 대수선을 위한 기도를 시작했고 성전봉헌금을 내기 시작했다.

 

"날이 밝으면 베드로의

고통과 수치가 더해지리라

비록  거기 아무도 없지만

.지은 죄를 생각하면 스스로 부끄러워지리라.

그 넓은 가슴에 느끼는 수치는

누가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하늘과 땅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할지라도

실수한 자신이 부끄러워서이리라.

(루이스 탄실로, <성 베드로의 눈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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